AI가 결과물의 격차를 줄이면, 회사는 무엇으로 사람을 평가할까

AI 시대 직원 평가 기준 변화를 유나가 발표하는 장면으로 표현한 대표 이미지

두 사람이 같은 사업계획안을 준비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둘 다 AI를 사용했습니다. 자료 구성도 좋고, 숫자도 정리돼 있습니다. 발표자료만 놓고 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회의가 시작되고 이런 질문이 나옵니다.

“원가가 예상보다 15% 오른다면 이 계획은 어떻게 바뀌나요?”

한 사람은 AI에게 다시 물어봅니다.

다른 사람은 손익 구조에서 무엇이 먼저 흔들리는지 확인합니다. 어떤 조건을 바꿔야 하는지 설명하고, 포기할 것과 지킬 것을 구분합니다.

이 장면은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 사례입니다. 실제 회사 사례라기보다, AI를 함께 쓰는 업무 환경에서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질문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결과물이 비슷해졌다고 해서 두 사람의 실력도 비슷해진 걸까요?

AI가 높이는 업무의 기본선

생성형 AI가 사람 사이의 능력 차이를 모두 없앤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특정 업무에서는 숙련도가 낮은 사람이 AI의 도움을 더 크게 받으면서 성과 격차가 줄어드는 현상이 관찰됐습니다.

2023년 Science에 발표된 MIT 연구에서는 453명의 대졸 전문직 종사자가 글쓰기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ChatGPT를 사용한 집단은 평균 작업 시간이 40% 줄었고 결과물 품질은 18% 높아졌습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성과를 보이던 참가자의 개선 폭이 더 커지면서 참가자 간 성과 격차도 줄었습니다.

고객상담 현장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5,000명이 넘는 상담원을 분석한 연구에서 생성형 AI 도구는 시간당 처리 건수를 평균 약 14% 높였습니다. 초보자와 숙련도가 낮은 직원의 개선 폭은 34%였지만, 숙련된 직원에게 미친 영향은 작았습니다.

읽을 지점
보고서, 이메일, 고객응대처럼 AI가 일정 수준의 초안을 빠르게 만들어주는 업무에서는 결과물의 기본선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모든 업무와 모든 사람에게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시장조사, 데이터 정리, 회의자료, PPT도 비슷한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AI가 결과물의 기본선을 조금씩 끌어올리면, 사람 사이의 차이는 어디에서 보이게 될까요?

비슷한 결과물, 다른 과정

여기서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AI가 언제나 사람의 격차를 줄이는 것은 아닙니다.

Harvard Business School과 BCG 연구진이 컨설턴트 75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는 AI가 잘하는 범위 안의 업무에서는 속도와 품질이 크게 좋아졌습니다. 반대로 AI의 능력 범위를 벗어난 문제에서는 AI를 사용한 사람이 오히려 잘못된 답을 낼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AI의 능력 경계가 고르지 않다는 의미에서 ‘Jagged Technological Frontier’라고 설명했습니다. AI가 잘하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이 매끄럽게 나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완성된 PPT 두 장이 비슷해 보인다고 해서 그 안의 판단 과정까지 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는 AI가 제시한 숫자를 그대로 사용합니다. 다른 누군가는 그 숫자가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누군가는 주어진 질문에 답합니다. 다른 누군가는 애초에 질문이 잘못됐다고 보고 문제를 다시 정의합니다.

조건이 바뀌면 차이는 더 잘 보입니다. 무엇을 유지할 것인지, 무엇을 포기할 것인지, 추가로 어떤 자료를 확인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AI로 결과물이 비슷해진 뒤 조건 변화에 대한 직원별 대응 차이를 보여주는 본문 이미지

회사 평가에 남는 질문

저는 이 질문이 AI 도구 자체보다 더 흥미롭습니다.

회사에서 사람을 평가할 때 결과는 여전히 필요합니다. 매출을 만들었는지, 프로젝트를 완료했는지, 목표를 달성했는지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완성된 결과물만 보는 것으로 충분한가라는 질문은 남습니다.

Deloitte의 2025년 글로벌 인적자본 연구에서는 조직의 75%가 개별 직원이 만들어낸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답했습니다. 관리자 61%, 직원 72%는 조직의 성과관리 프로세스를 신뢰한다고 답하지 못했습니다.

이 문제는 생성형 AI 이전부터 존재했습니다. AI는 이 오래된 문제에 새로운 조건을 하나 더 추가합니다. 좋은 문장과 깔끔한 PPT를 만드는 비용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가 장면에서 볼 것
문제를 어떻게 정의했는지, 어떤 자료를 제외했는지, 선택지 가운데 왜 이것을 골랐는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무엇을 바꿨는지 살펴볼 필요가 생깁니다.

그리고 하나가 더 있습니다.

그 결정의 결과를 본인이 설명할 수 있는가.

산출물 너머의 평가 기준

Deloitte의 2026년 연구도 AI와 함께 일하는 조직에서 의사결정을 하나의 역량으로 다룰 필요성을 제기합니다. AI가 분석 속도를 높일 수 있어도 목적과 가치, 판단의 책임까지 대신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팀 단위 연구에서도 인간의 역할은 남습니다. Deloitte가 1,394명을 조사한 2026년 연구에서는 호기심, 회복탄력성,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는 능력,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 협업과 사회·정서적 역량이 고성과 팀과 관련된 요소로 제시됐습니다.

AI가 높이는 업무 기본선과 사람이 평가받는 판단 영역을 비교한 본문 이미지

이 자료들이 “인사평가를 이렇게 바꾸라”는 정답을 제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평가할 장면이 조금 넓어질 수 있다는 쪽에 관심이 갑니다.

무엇을 만들었는가와 함께, 왜 그렇게 만들었는가를 보는 것.

결과뿐 아니라 문제 정의, 선택의 이유, 예외 상황 대응, 협업 과정과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함께 보는 방식입니다.


관리자가 점검할 장면

평가 기준을 갑자기 바꾸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AI를 함께 쓰는 업무에서는 결과물을 만든 앞뒤 장면을 조금 더 묻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점검 항목 확인 기준 실무 포인트
□ 문제 정의 질문 재정의 AI에 넣은 질문과 실제 문제의 일치 확인
□ 자료 선택 근거 구분 포함한 자료와 제외한 자료의 이유 기록
□ 예외 대응 조건 변경 원가·일정·리스크 변화 시 판단 기준 확인
□ 책임 설명 결과 설명 AI 답변을 사용한 범위와 본인 판단 구분

경력자에게 돌아오는 질문

40~50대 경력자라고 예외는 아닐 겁니다.

오래 일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런 능력이 증명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AI가 문서를 잘 만들어준다고 오랜 경험이 의미 없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상황을 해석하고, 평소와 다른 신호를 알아보고,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고르고, 그 선택의 결과를 설명할 수 있다면 경험은 그 과정에서 드러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경력 연수보다 실제 행동을 보는 편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사람의 차이가 보이는 장소

AI가 사람의 실력 차이를 없애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특정 업무에서 낮은 숙련도의 직원이 더 큰 도움을 받으면서 결과의 격차가 줄었습니다. 동시에 AI가 잘하지 못하는 문제에서는 사람의 확인과 판단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이 변화는 단정하기보다 질문으로 보는 편이 맞습니다. 결과물의 차이가 줄어드는 영역이 생긴다면, 회사는 그 결과물이 만들어진 과정과 선택의 이유를 더 자세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해봅니다.

사람의 차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차이가 보이는 장소가 바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예전에는 완성된 보고서에서 쉽게 보였던 차이가 앞으로는 다른 곳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왜 이런 결론을 냈는지. 무엇을 포기했는지. 조건이 바뀌었을 때 무엇을 다시 판단했는지. AI의 답을 어디에서 의심했는지.

그리고 자신의 결정과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지.

회사가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도 이 변화와 무관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직원들이 모두 AI를 쓰기 시작했는데도, 회사는 예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사람을 평가해도 될까요?


English Summary
Generative AI may raise the baseline quality of reports, analysis, presentations, and customer work. But similar-looking outputs do not always mean similar judgment. As AI becomes common at work, companies may need to evaluate not only what people produce, but also how they define problems, make choices, respond to changing conditions, and explain responsibility for the outcome.


참고자료

  • Noy & Zhang, Experimental evidence on the productivity effects of 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 Science, 2023. Science 논문
  • Brynjolfsson, Li & Raymond, Generative AI at Work, NBER 2023 / QJE 2025. NBER 연구자료
  • Dell’Acqua et al., Navigating the Jagged Technological Frontier, Harvard Business School/BCG 연구. Harvard Business School 연구 소개
  • Deloitte, 2025 Global Human Capital Trends – Performance Management. Deloitte 연구
  • Deloitte, 2026 Global Human Capital Trends – Decision-making with AI. Deloitte 연구
  • Deloitte, Human capabilities are at the heart of high-performing teams, 2026. Deloitte 팀 성과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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