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이 개정됐다는 소식이 나오면 실무자는 조문보다 먼저 다른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상법 개정 내용을 읽어도 실제 업무까지 연결하기는 쉽지 않다. 상장회사에만 적용되는 내용인지, 비상장회사도 준비해야 하는지, 이사회 의사록과 공시 절차를 어디까지 손봐야 하는지 바로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감독원도 개정 상법과 기업공시제도를 주제로 기업공시 설명회를 추진했다. 경기도 역시 투자유치 관련 법령과 인센티브 정보를 현행화한 실무매뉴얼을 개정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법률 내용을 모두 외우는 일이 아니라, 어떤 조항이 우리 회사에 적용되는지 먼저 구분하는 일이다.
✓먼저 구분할 적용 대상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동일한 공시·지배구조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실무에서는 회사 규모만 볼 것이 아니라 상장 여부, 사업보고서 제출 여부, 자산 규모, 감사위원회 설치 여부, 자기주식 보유 여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독립이사 선임 비율과 전자주주총회 규정은 상장회사를 중심으로 적용된다. 반면 이사의 충실의무와 자기주식 관련 규정은 각 조항의 적용 범위를 별도로 살펴야 한다.
법률 요약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우리 회사의 적용 대상표다.
✓주주까지 넓어진 충실의무
개정 상법은 이사가 회사뿐 아니라 주주를 위해서도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이사는 직무를 수행할 때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
합병, 분할, 유상증자, 자산 양수도, 특수관계인 거래처럼 일부 주주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안건에서는 어떤 대안을 비교했고, 이해상충을 어떻게 검토했는지가 중요해질 수 있다.
앞으로의 이사회 의사록에는 무엇을 결정했는지뿐 아니라, 왜 그 결정이 회사와 전체 주주에게 타당했는지가 드러나야 한다.
✓독립이사 의무 선임
개정 상법은 상장회사의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바꾸고, 원칙적인 의무 선임 비율을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상에서 3분의 1 이상으로 높였다.
여기서 의무 선임은 회사가 필요에 따라 선택하는 권고사항이 아니라, 법에서 정한 최소 인원을 이사회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이사가 모두 9명인 상장회사라면 3분의 1인 최소 3명의 독립이사가 필요하다. 이사가 10명이라면 최소 4명을 선임해야 할 수 있다. 실제 인원 계산과 적용 특례는 회사별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
명칭을 독립이사로 바꾼 데에는 단순히 회사 외부에서 영입한 사람이라는 의미를 넘어, 지배주주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으로 판단하는 역할을 분명히 하려는 취지가 담겨 있다.
독립이사는 경영진의 결정을 그대로 승인하는 자리가 아니라, 전체 주주의 관점에서 견제하고 판단하는 이사에 가깝다.
✓특수관계인, 현업의 특관인
상법과 공시 실무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특수관계인이다. 현업에서는 이를 줄여 ‘특관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특수관계인은 회사나 최대주주와 가족, 지분, 경영 지배관계 등으로 밀접하게 연결된 사람이나 법인을 말한다.
최대주주의 배우자와 친족, 최대주주가 지배하는 계열회사, 지배관계에 있는 법인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다만 정확한 범위는 상법, 자본시장법, 세법 등 적용 법령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번 개정에서 특수관계인이 중요한 이유는 감사위원 선임·해임 과정의 3% 의결권 제한 때문이다.
기존에는 최대주주 본인의 지분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따로 계산하면서, 여러 관계인에게 지분이 나뉘어 있으면 실질적으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개정 취지는 지분을 가족이나 계열회사에 나눠 보유하더라도 감사위원 선임에서는 하나의 영향력으로 보겠다는 데 있다.
실무에서는 주주명부만 확인해서는 부족하다. 최대주주의 친족 관계, 계열회사 지분구조, 임원 겸직과 지배관계까지 포함한 특수관계인 현황표가 필요하다.
✓자기주식 1년 내 소각
개정 상법은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면 원칙적으로 취득일부터 1년 이내에 소각하도록 했다.
자기주식은 회사가 자기 회사의 주식을 다시 사들인 것이다.
자기주식을 취득하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지만, 실제로 소각하지 않고 회사가 계속 보유하면 주식 자체는 없어지지 않는다.
소각은 해당 주식을 법적으로 없애는 절차다. 주식 수가 실제로 감소하기 때문에 다른 조건이 같다면 남아 있는 주주의 상대적인 지분 비중은 높아질 수 있다.
그동안 자기주식이 장기간 보유되거나 경영권 방어, 우호세력 확보, 특정인에 대한 처분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가 주주의 자금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한 뒤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면, 나중에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처분하느냐에 따라 지배구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1년 이내 소각 원칙은 자기주식 취득이 경영권 수단으로 남지 않고, 실제 주주환원으로 이어지게 하려는 장치다.
임직원 보상, 우리사주제도, 경영상 필요 등 법에서 인정하는 사유가 있으면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아 예외적으로 보유하거나 처분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보유 목적과 기간, 처분계획을 문서화해야 한다.
✓합병·분할 신주 배정 금지
개정 상법은 합병이나 회사분할 과정에서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에 신주를 배정하는 것도 금지했다.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은 원칙적으로 의결권과 배당권이 제한된다.
그런데 과거에는 합병이나 분할 과정에서 자기주식을 기준으로 새로운 회사의 주식이 배정되는 사례가 있었다.
예를 들어 회사가 자기주식 10%를 보유한 상태에서 인적분할이 이뤄지고 그 자기주식에도 신설회사 주식이 배정되면, 기존에는 의결권이 없던 자기주식이 신설회사에서는 의결권 있는 주식으로 바뀌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
이런 현상은 흔히 자사주의 마법이라고 불렸다.
회사가 보유하던 자기주식이 합병이나 분할을 거치면서 경영진이나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활용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주 배정 금지는 경제적 대가를 새로 납입하지 않은 자기주식에 새로운 의결권이 생기는 것을 막고,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을 방지하려는 취지다.
쉽게 말하면 회사가 자기 주머니에 보유한 주식을 이용해, 회사 구조를 바꾸는 과정에서 새로운 지배력까지 얻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자기주식 공시와 과태료
자기주식을 예외적으로 보유하거나 처분하려면 보유 목적, 주식 수, 보유 기간, 처분 시기 등을 담은 계획이 필요하다.
승인된 계획 없이 자기주식을 계속 보유하거나 처분하는 경우에는 과태료 대상이 될 수 있다.
상장회사의 자기주식 보유·처분 관련 공시도 강화되는 흐름이다. 취득 결정부터 소각, 예외 보유, 처분과 공시까지 하나의 일정표로 연결해 관리하는 편이 안전하다.
자기주식은 재무팀의 보유 수량이 아니라 이사회·주주총회·공시가 연결된 지배구조 사안이다.
✓금감원 자료, 원문부터
금융감독원은 개정 상법 정착과 주주가치 제고를 주제로 찾아가는 기업공시 설명회를 추진했다.
설명회 자료를 내부 지침으로 활용할 때는 언론기사보다 공식 자료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
금감원 보도자료 → 설명회 슬라이드와 Q&A →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 → 회사 내부 적용표
내부 요약본에는 자료명, 게시일, 페이지, 질문번호와 개정 이력을 함께 남기는 것이 좋다. 공식 발표자료가 확보되기 전에는 기사에 나온 표현을 금감원의 최종 지침처럼 단정하지 않아야 한다.
✓경기도 매뉴얼, 적용 범위부터
경기도는 2026년 투자유치 실무매뉴얼을 개정하면서 투자유치 관련 법령과 지침, 외국인투자기업 지방세 감면, 현금지원제도와 시군별 투자 인센티브 정보를 현행화했다. :contentReference[oaicite:1]{index=1}
이 매뉴얼은 일반 기업의 공시·지배구조 기준서라기보다 경기도와 시군 투자유치 담당자의 실무 활용을 위한 자료다.
경기도 내 신규 투자, 공장이나 시설 이전, 외국인투자기업 지원, 부지매입비·시설투자비·고용보조금 검토와 같은 경우에 참고 가치가 있다.
자사 적용 여부는 투자 지역, 투자 형태, 외국인투자 해당 여부와 개별 지원사업 공고를 기준으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
✓실무 점검표
| 점검 항목 | 확인 기준 | 실무 자료 |
|---|---|---|
| □ 적용 대상 | 상장·비상장·사업보고서 제출 여부 | 회사 현황표·적용 조문표 |
| □ 독립이사 | 최소 선임 비율·후보자 요건 | 정관·이사회 구성·후보 현황 |
| □ 특수관계인 | 친족·계열회사·지배관계 | 특관인 현황표·지분구조 |
| □ 자기주식 | 취득일·1년 기한·예외 보유 | 소각 일정·주총 승인·공시 |
| □ 합병·분할 | 자기주식 신주 배정 여부 | 분할계획서·합병계약서·배정표 |
| □ 이사회 판단 | 회사·전체 주주 이익 | 비교안·가격 근거·의사록 |
| □ 공시 자료 | 금감원 원문·서식·Q&A | 자료명·게시일·페이지·개정 이력 |
| □ 제재 기준 | 과태료·과징금·공시 제재 | 상법·자본시장법·거래소 규정 |
✓결국 남겨야 할 판단 근거
개정 상법에 대응하는 현실적인 방법은 법률 문구를 그대로 사내 규정에 옮기는 것이 아니다.
회사가 어떤 조항의 적용을 받는지 구분하고, 중요한 거래와 이사회 안건에서 검토한 대안과 판단 근거를 남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앞으로의 지배구조 실무는 결정을 내리는 일만큼, 그 결정이 만들어진 과정을 설명하는 일이 중요하다.
공시와 계약, 이사회 의사록을 별개의 문서로 관리하기보다 하나의 의사결정 이력으로 연결해 두는 것이 실무 리스크를 줄이는 출발점이다.
English Summary
Korea’s revised Commercial Act changes directors’ duties, independent-director requirements, related-party voting rules, and treasury-share management. Companies should first identify which provisions apply to them, then update board records, disclosure procedures, and supporting document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