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사람일수록 새로운 것을 배우기 어려운 이유

잘하는 사람일수록 새로운 것을 배우기 어려운 이유를 표현한 WorkMind 대표 이미지

잘하던 사람이 다시 초보자가 되는 순간

회사에서 새로운 AI 도구를 도입했을 때였다. 평소 업무 속도가 빠르고 후배들의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하던 한 동료가 화면 앞에서 한참을 멈춰 있었다. 설명서도 읽고 시연 영상도 봤지만, 직접 입력창을 여는 순간 손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컴퓨터를 못 다루는 사람이 아니었다. 기존 프로그램에서는 누구보다 능숙했다. 문제는 실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잘하던 사람이 다시 초보자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이었다.

이때 고정 마인드셋(Fixed Mindset)의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처음부터 능숙하지 못한 모습을 단순한 학습 과정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이 떨어졌다는 신호처럼 받아들이는 것이다. 업무 경험이 많을수록 모르는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더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익숙한 방식이 학습을 방해하는 이유

오랫동안 성과를 만들어낸 방식은 쉽게 버릴 수 없다. 기존 방법으로도 업무가 돌아가는데 굳이 불편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새 도구를 사용할 때마다 익숙한 방식과 비교하고, 처음부터 같은 수준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쓸모없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흔히 전문성의 함정이라고 부를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는 과거에 성공한 방식이 새로운 해결책을 가리는 에인슈텔룽 효과(Einstellung Effect)와 닮아 있다. 기존 방법이 하나의 정답처럼 굳으면 새로운 도구를 충분히 시험하기 전에 예전 방식이 더 낫다고 판단하게 된다.

업무 경험은 분명 강점이다. 다만 과거의 기준이 유일한 판단 기준이 되는 순간,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는 속도는 느려질 수 있다.

직장에서 익숙한 방식이 판단에 미치는 영향은 이전 글에서도 살펴봤습니다.

모른다는 말을 꺼내기 어려운 심리

숙련된 직장인은 주변의 기대도 함께 감당한다. 늘 답을 알려주던 사람이 후배에게 사용법을 묻는 상황은 생각보다 어색하다. 질문 하나를 꺼내는 데도 실력이 부족해 보이지 않을지, 그동안 쌓은 신뢰가 흔들리지 않을지 신경이 쓰인다.

여기에는 개인의 성격뿐 아니라 조직의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도 영향을 준다. 심리적 안전감은 모르는 것을 질문하거나 실수를 인정해도 무시당하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 안전감이 낮으면 직원은 배우기 위해 질문하기보다 모르는 사실을 감추는 쪽을 선택하게 된다. 혼자 검색하며 시간을 보내거나, 새 도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정 마인드셋과 에인슈텔룽 효과, 심리적 안전감으로 정리한 직장인 학습 심리 인포그래픽
새로운 학습을 막는 원인은 능력 부족보다 익숙한 방식과 평가에 대한 부담일 수 있습니다.

새로운 도구를 작게 시험하는 방법

처음부터 모든 업무를 바꾸려고 하면 부담이 커진다. 반복해서 작성하는 이메일 한 통, 회의 내용 요약, 간단한 자료 정리처럼 결과를 바로 비교할 수 있는 일부터 시험하는 편이 낫다. 기존 방식으로 걸린 시간과 새 도구를 사용한 시간을 기록하면 막연했던 판단도 구체적으로 바뀐다.

앞서 화면 앞에서 멈췄던 동료도 회의록 정리부터 시작했다. 첫 결과는 바로 사용할 수준이 아니었지만, 빠진 내용을 고치고 표현을 다듬는 과정에서 도구의 특징을 익혔다. 며칠 뒤에는 처음부터 완성된 답을 기대하기보다 초안을 빠르게 만드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다.

잘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배움의 태도

초보자 사고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내려놓으라는 뜻이 아니다. 이미 알고 있는 기준을 잠시 옆에 두고, 새로운 방식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확인하는 태도에 가깝다. 잘하는 사람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결과의 차이를 더 정확히 알아볼 수 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에서 잠시 느려지는 것은 능력이 사라졌다는 증거가 아니다. 익숙한 실력을 다른 환경에 연결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다. 직장인 자기계발도 많은 정보를 아는 것보다, 작게 사용해 보고 자신의 업무에 맞는 기준을 만드는 데서 시작된다.

배움은 잘해온 방식을 부정하는 일이 아니다. 업무 경험을 새로운 환경에서도 쓸 수 있도록 다시 정리하는 과정이다. 새로운 도구 앞에서 망설이고 있다면 가장 작은 업무 하나만 골라 직접 사용해 보는 것이 좋다. 다시 초보자가 되는 순간을 피하지 않을 때, 쌓아온 전문성도 다음 단계로 이어질 수 있다.

Comments

댓글 남기기

빅보보스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