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오일 언제 갈았더라?”
차계부를 따로 관리하지 않다 보니 정비소에서 교체 이야기를 들으면 그제야 지난 기록이 궁금해졌습니다. 교체가 필요한지 판단하려면 이전 정비 시점과 당시 주행거리부터 알아야 하는데, 그걸 바로 확인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정비소가 뭔가 잘못 안내한 건 아닙니다. 정비명세서도, 보험 서류도, 타이어 교체 영수증도 찾아보면 어딘가에는 다 남아 있습니다. 문제는 그 기록을 필요한 순간에 바로 꺼내서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자료는 가지고 있는데 관리는 못 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그러다 생각이 하나 붙었습니다. 가지고 있는 차량 기록을 GPT가 대신 찾아보고 답해주면 어떨까. 그리고 곧바로 다음 질문이 따라왔습니다. 관리 시점을 스스로 기억해뒀다가 물어봐야만 알려주는 거라면, 이것도 제대로 된 관리라고 할 수 있을까.
이 두 질문을 붙잡고 만들어본 구조를 몇 편에 걸쳐 정리해보려 합니다.
내 차에 대한 질문인데 왜 일반적인 답을 들어야 할까
ChatGPT에게 엔진오일 교체 주기를 물으면 답은 나옵니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안내해주는 것이죠. 틀린 정보는 아닙니다. 다만 궁금했던 건 그런 일반 기준이 아니라 “내 차는 언제 갈았고, 그때 주행거리가 얼마였는가”였습니다.
앞 타이어는 언제 바꿨는지, 보험 만기는 언제인지, 자동차검사는 언제 받아야 하는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 지식으로는 답할 수 없는 질문들입니다. 내 차량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근거로 답해야 의미가 있습니다. 일반 자동차 지식을 안내하는 GPT와 내 차량 기록을 조회해서 답하는 GPT는 애초에 쓰임이 다릅니다.
GPT가 답하려면 먼저 내 차의 기록이 있어야 했다
그런데 할 일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GPT가 내 차를 잘 알게 하려면, 질문을 잘 던지기 전에 차량에 일어난 일들을 계속 기록해둬야 한다는 것입니다.
엔진오일 교체, 타이어 교체, 주행거리, 보험 갱신, 자동차검사, 자동차세 납부, 소모품 교체. 이런 사건 하나하나는 언제 일어났는지, 그때 상황이 어땠는지(주행거리, 정비 내용)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정보가 어딘가에 남아 있지 않으면 AI가 아무리 정교해도 답할 근거가 없습니다. 프롬프트를 잘 쓰는 것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필요한 건 정확한 데이터였습니다.
PDF를 모아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정비명세서 사진, 보험 가입 서류, 검사 결과지 같은 자료는 원래도 폰과 이메일 어딘가에 있었습니다. 가지고 있는 것과 AI가 조회해서 답할 수 있는 것, 이 둘은 전혀 다른 문제였습니다.
PDF나 사진을 폴더에 모아두기만 해서는 “그때 주행거리가 몇 km였어?”라는 질문에 GPT가 답할 수 없습니다. 자료 안에서 발생일, 당시 주행거리, 어떤 정비를 했는지 같은 정보를 뽑아내 기록 단위로 정리해야 나중에 검색되고 조회됩니다. 지금까지 만들어놓은 구조를 그림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내가 물어봐야 움직인다면 관리가 아니다
물어보면 차량 기록을 조회해서 답하는 GPT. 여기까지는 만들어볼 만했습니다.
보험 만기나 자동차검사, 소모품 교체 시점을 스스로 기억해뒀다가 직접 물어봐야만 알려주는 구조라면, 기존 방식과 크게 다를 게 없습니다. 내가 잊어버리면 시스템도 같이 놓치는 셈이니까요. 물어보지 않아도 일정과 조건을 시스템이 스스로 확인하고,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 오면 먼저 알려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챗봇보다 먼저 필요했던 차량관리 구조
전체적으로 이 시스템이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물어보면 실제 차량 기록을 근거로 답하는 것, 그리고 기억하지 못해도 관리 시점을 먼저 확인해서 알려주는 것.
이 두 가지는 챗봇 하나 잘 만든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차량 자료를 넣으면 AI가 내용을 파악해서 실제 사건 단위로 정리하고, 이를 확인한 뒤 저장하고, 그 기록이 계속 쌓이는 구조가 먼저 있어야 합니다. 그 위에서 GPT는 질문이 들어오면 관련 기록을 조회해서 답하고, 동시에 일정과 조건을 계속 확인해서 관리가 필요한 순간을 짚어주는 식입니다.
지금 이 구조를 만드는 데 쓰고 있는 도구는 이렇습니다. Notion에는 차량 관련 기준 데이터를 저장합니다. Claude는 정비 자료나 사진, 문서를 읽고 구조화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GitHub Actions는 PC를 켜두지 않아도 정해진 시점에 자동으로 작업을 돌립니다. 자연어로 묻고 조회·수정·입력하는 대화 창구는 ChatGPT가 맡고 있습니다. 관리가 필요한 시점을 먼저 알려주는 기능도 필요합니다. 실제 알림은 Telegram 같은 채널로 연결하는 방향을 잡았고, 이 부분은 3편에서 다뤄보겠습니다.
이 시스템이 차량 상태를 스스로 진단하거나 고장을 미리 예측해주는 건 아닙니다. 저장된 기록과 설정해둔 일정, 조건을 기준으로 조회하고 확인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근거가 없는 걸 추측해서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이 방향이 더 중요했습니다.
내 차를 아는 GPT를 만드는 일은 프롬프트를 잘 쓰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차량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을 정확한 데이터로 쌓고, 필요할 때 찾아 쓸 수 있게 만드는 문제였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정비 기록, 타이어 교체, 주행거리, 보험, 자동차검사처럼 성격이 다른 정보를 한곳에 마구 쌓아두면 GPT가 제대로 찾아 쓸 수 있을까요.
결국 무엇을 기록할지보다, 어디에 어떤 기준으로 나눠 저장할지부터 정해야 했습니다. 이 데이터 구조를 다음 편에서 실제로 보여드리겠습니다.
다음 편 예고 — 2편: 차량 데이터를 어디에 어떻게 저장해야 AI가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