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쓰면 일이 줄어들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써보면 다른 일이 생깁니다. AI가 만든 결과를 다시 확인하고, 틀린 부분을 고치고, 원하는 방향이 아니면 다시 지시를 내리는 과정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차지합니다. 어떤 날은 처음부터 직접 하는 게 더 빨랐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얼마 전 Claude Code와 GitHub Actions로 AI 뉴스 자동화를 직접 만들어봤습니다. 이 자동화는 지금까지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뉴스를 모으고, 최근 기사만 남기고, 중복을 제거하고, 중요한 것만 골라 정리하는 과정 전체를 AI에게 맡길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업무가 매일 비슷한 방식으로 반복되고,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걸러낼지 기준이 비교적 명확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회사 업무는 다릅니다.
예를 들어 주간보고 전체를 AI에게 통째로 맡긴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실제로 해본 업무는 아니고, 많은 직장인이 한 번쯤 떠올려봤을 상황을 예로 든 것입니다.) AI가 초안을 만들어주더라도, 숫자가 맞는지 확인해야 하고, 상사가 중요하게 보는 내용이 빠지지 않았는지 살펴야 하고, 표현을 다듬어야 하고, 혹시 민감한 정보가 들어가지 않았는지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다 거치고 나면 ‘이 정도면 처음부터 내가 쓰는 게 더 빠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이건 AI가 일을 못해서가 아닙니다. 어떤 업무를 AI에게 맡기고, 어떤 업무는 사람이 판단해야 하는지 구분하지 않은 채로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자동화하기 전에 확인해야 할 5가지

업무를 자동화하기 전에, 아래 5가지를 먼저 판단해보는 게 순서입니다.
1. 반복되는 업무인가
매일 또는 매주 비슷한 방식으로 반복되고, 무엇을 하면 되는지 규칙이 비교적 명확한 업무인지부터 봐야 합니다. 뉴스나 자료를 모아서 정리하는 일, 정해진 형식으로 자료를 분류하는 일, 매번 비슷한 틀로 요약하는 일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대로 매번 상황이 달라지고 그때그때 판단이 필요한 업무는 자동화의 첫 대상으로는 맞지 않습니다.
2. 사람의 판단이 얼마나 필요한가
단순히 정리하거나 초안을 만드는 일은 AI가 잘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회사, 이 팀, 이 시점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같은 맥락을 이해해야 하는 판단은 다릅니다. 조직 상황이나 관계, 분위기를 읽어야 하는 부분은 사람이 직접 봐야 합니다.
3. 틀렸을 때 피해가 얼마나 큰가
AI가 틀렸을 때 그냥 다시 고치면 끝나는 일이 있고, 계약이나 금액, 법률, 중요한 의사결정처럼 오류 하나가 큰 문제로 이어지는 일이 있습니다. 후자에 가까울수록 AI에게 전체를 맡기기보다, 사람이 마지막까지 확인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4. 회사 정보나 개인정보가 들어가는가
고객정보, 계약 내용, 아직 공개되지 않은 실적, 인사자료, 회사 기밀처럼 민감한 정보가 들어가는 업무라면 자동화 여부를 판단하기 전에 회사의 AI 사용 기준과 보안 정책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이 단계를 건너뛰면 나중에 훨씬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5. 최종 의사결정 및 승인이 필요한가
AI는 참고할 정보를 찾아주고, 데이터를 정리해주고, 초안을 만들어주는 역할까지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종 결정과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은 사람의 몫입니다. AI가 판단 자료를 만드는 것과 최종 승인 권한을 갖는 것은 구분해야 합니다. 이 부분까지 AI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자동화를 설계하면 안 됩니다.
결국 세 가지로 나뉩니다

이 5가지 기준으로 업무를 살펴보면, 대부분 아래 세 가지 중 하나로 나뉩니다.
자동화할 일
반복적이고 규칙이 명확하며, 결과를 확인하기 쉬운 업무입니다.
- 뉴스나 자료 수집, 정리, 중복 제거
- 데이터 정리·분류·태깅
- 정형화된 초안 생성
- 일정·메일·알림 요약 및 정리
AI에게 보조받을 일
AI가 초안이나 정리를 하고, 사람이 검토하고 수정해야 하는 업무입니다.
- 보고서·기획안 초안
-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
- 회의록 요약 및 핵심 정리
- 번역, 문서 초안, 표현 다듬기
사람이 직접 할 일
맥락, 책임, 신뢰, 윤리, 관계와 최종 판단이 중요한 업무입니다.
- 최종 의사결정 및 승인
- 인사평가·보상·징계
- 계약·법적 검토·컴플라이언스
- 고객 및 이해관계자와의 관계 관리
핵심은 AI를 많이 쓰는 게 아니라, AI가 잘할 일을 정확히 떼어내는 것입니다.
자동화는 어떤 AI를 쓸지 고르는 것부터 시작하지 않습니다
AI 자동화의 시작점은 새로운 도구를 찾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AI를 쓸지보다 먼저, 내 업무를 어디까지 AI에게 맡길 수 있는지 나누는 것이 순서입니다.
월요일 아침, 메일부터 열지 마세요|AI로 일주일 업무계획 짜는 7단계에서 다룬 방법이 ‘이번 주에 무엇부터 할지’ 우선순위를 나누는 방법이었다면, 이번 글은 ‘이 업무를 AI에게 맡길지, 내가 할지’를 나누는 기준입니다. 두 가지를 함께 적용하면 업무 전체를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지금 반복하고 있는 업무 하나를 떠올려보세요. 반복되는 업무인지, 사람의 판단이 얼마나 필요한지, 틀렸을 때 피해가 얼마나 큰지, 회사 정보나 개인정보가 들어가는지, 최종 의사결정과 승인이 필요한지. 이 5가지를 하나씩 짚어보면 그 업무가 자동화할 일인지, AI에게 보조받을 일인지, 사람이 직접 할 일인지 자연스럽게 나눠집니다.
다음 글에서는 하루 업무를 하나씩 살펴보면서, 실제로 자동화할 수 있는 업무를 어떻게 찾아내는지 다뤄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