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든 프라임 비디오든, 막상 켜놓고 볼 걸 못 골라서 화면만 넘기다 그냥 꺼버린 적이 다들 한 번쯤 있을 겁니다. 볼 게 없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많아서 못 고르는 거죠. 그런데 이 흔한 고민이, 아마존을 만든 제프 베이조스가 프라임 비디오를 AI 중심으로 완전히 바꾸라고 지시했다는 로이터 보도와 딱 맞닿아 있습니다. 콘텐츠를 더 만들자는 얘기가 아니라, 이미 있는 콘텐츠를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한 이야기라서 더 흥미롭죠.
AI를 전면에 내세우라는 베이조스의 지시
2026년 7월 23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베이조스가 프라임 비디오 팀에 “AI를 중심으로 확 바꿔보라”고 주문했다고 합니다.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한 보도라서 100% 공식 발표는 아니지만, 눈길이 가는 이유가 있어요. 베이조스는 이제 아마존의 일상적인 경영에서는 손을 뗀 지 꽤 됐거든요. 그런 그가 특정 서비스의 화면 구성까지 콕 집어 얘기했다는 게 이례적입니다. 회사 전체를 챙기는 이사회 의장이 세부 화면 구성까지 언급했다는 건, 그만큼 이 문제를 중요하게 본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어요.
보도를 보면 그가 짚은 문제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볼 건 많은데 정작 보고 싶은 걸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죠. 지금까지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우리는 작품이 이만큼 많다”고 자랑하는 식으로 경쟁해왔는데, 이제는 그 많은 작품 중에서 원하는 걸 얼마나 빨리 찾아주느냐로 승부가 옮겨가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회사 안에서 ‘Lighthouse’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대요.
영화를 만드는 AI보다 영화를 찾는 AI가 먼저 온다
그럼 Lighthouse에서는 구체적으로 뭘 준비하고 있을까요. 로이터에 따르면 사용자 개개인의 취향을 학습해서 추천해주는 기능, 말로 “이런 거 보고 싶어”라고 하면 알아서 찾아주는 음성 검색, 첫 화면 구성을 아예 새로 짜는 것, AI가 여러 작품을 알아서 묶어서 보여주는 방식 같은 것들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80년대 액션 영화만 모아서” 혹은 “크리스마스 느낌 나는 로맨틱 코미디만” 같은 식으로, 아주 구체적인 취향과 상황에 맞춘 콘텐츠 묶음도 논의됐다고 전해졌어요. 그냥 인기 순위를 쭉 보여주는 게 아니라, 지금 내 기분에 맞는 걸 골라주는 쪽에 가깝습니다.
다만 이건 아직 확정된 게 아닙니다. 최종안은 정해지지 않았고, 일부 이용자를 대상으로 테스트만 하고 있는 단계라고 해요. 사실 프라임 비디오가 AI를 처음 써보는 것도 아닙니다. 생성형 AI 기반 추천, 관심사별로 콘텐츠를 묶어주는 AI Topics, 대화 소리를 자동으로 키워주는 기능, AI가 영상을 요약해주는 기능, AI 더빙까지 이미 여러 가지를 시험해왔거든요. 이번 개편은 그동안 따로따로 해왔던 시도들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에 가까워 보입니다.
사실 AI가 영화나 드라마를 직접 만드는 건 아직 먼 얘기처럼 느껴지죠. 그런데 AI가 콘텐츠를 만드는 변화보다 먼저 체감될 변화는, 우리가 무엇을 볼지 고르는 방식일 수 있습니다.

AI 경쟁은 이제 화면 안에서 시작된다
지금까지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작품을 몇 개나 갖고 있느냐”로 경쟁해왔습니다. 그런데 작품 수가 어느 정도 넘어가면, 사실 그 차이를 우리가 잘 느끼지 못해요. 오히려 목록이 너무 많으면 뭘 볼지 못 정하고 그냥 포기하는 경우가 늘어나죠. 흔히 말하는 “선택 피로”입니다. 화면을 5분 넘게 뒤적이다 그냥 끄고 잠든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을 거예요.
그래서 요즘은 추천이랑 검색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작품을 얼마나 빨리 찾게 해주느냐가, 작품 수만큼이나 중요한 경쟁력이 된 거죠. 화면을 켜고 나서 원하는 작품을 만나기까지 걸리는 시간 자체가 하나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프라임 비디오의 이번 시도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는 셈입니다.
AI의 승부는 더 똑똑한 모델이 아니다
만약 AI가 추천 결과를 정하고 첫 화면에 뭘 띄울지도 결정하게 되면, 프라임 비디오를 켰을 때 눈에 잘 띄는 자리에 어떤 작품이 놓이는지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짜놓은 화면을 보고 골랐다면, 앞으로는 AI가 먼저 골라준 것들 중에서 고르게 될 수도 있다는 거죠. 물론 아직은 테스트 단계니까, 확정된 것처럼 단정 지을 순 없습니다.
이번 일은 그냥 스트리밍 서비스 하나가 화면을 바꾼다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아요. 콘텐츠를 만드는 부분이 아니라, 우리가 콘텐츠를 고르는 과정에 AI가 먼저 들어오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좋은 작품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느냐보다, 그 작품까지 나를 얼마나 잘 데려다주느냐가 서비스의 인상을 좌우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거예요. 다만 화면 넘기는 시간이 줄어드는 대신, 어떤 기준으로 이 작품이 추천됐는지는 잘 안 보이게 된다는 점도 한 번쯤 생각해볼 부분입니다.
결국 앞으로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쟁력은 콘텐츠 수만이 아니라, 이용자가 원하는 작품을 찾는 시간과 선택 과정까지 얼마나 잘 설계하느냐에서 갈릴 수 있습니다.
AI가 사용자 대신 판단하는 범위가 어디까지 넓어질 수 있는지는 다른 글에서도 다뤄보았다.
출처
로이터, Amazon’s Bezos pushes Prime Video redesign focused on AI
아마존 공식 자료, Prime Video: What to watch, powered by AI Topics
아마존 공식 자료, Artificial intelligence and Prime Video streaming
